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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푸는 법- <용의자X> 수능문제 오류에 대처하는 류승범의 자세는?

by 파크라이터 201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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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능 시험 문제의 난이도와 오류 때문에 요즘 무척 시끄럽더군요.
여섯 번이나 넘게 검토를 했다면서 어떻게 이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느냐!
한 문제 때문에 갈 수 있는 대학이 바뀌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거냐!
소파에 널브러져 그런 뉴스들을 보면서 단순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시험 문제 하나 제대로 내는 게 그렇게 어렵나?"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저는 시험문제를 풀어본 적은 있어도 제 손으로 시험문제를 내본 적은 한 번도 없더군요.
단 한 번도 시험문제를 내보지도 않은 제가 감히 수능 문제를 잘 냈니 못 냈니 함부로 비난할 입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퍼득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문득 한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는 거와,

그걸 푸는 거,

둘 중 뭐가 더 어려울까?"


 


용의자X (2012)

Perfect Number 
7.6
감독
방은진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김윤성, 김보라
정보
미스터리 | 한국 | 110 분 | 2012-10-18

 



주인공 김석고는 어릴 때부터 수학천재였습니다.

 

 


 친구들은 그런 석고가 무척이나 신기했을 겁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수학을 잘한다는 건... 음... 정말 신기한 일이잖아요?
제가 문과 출신이라그런 건가요?)

 


친구 민범은 그런 석고를 '뽕타고라스(뽕맞은, 피타고라스)'라고 부르며 놀리기도 하지만 한편 천재인 석고가 부럽기도 하고 놀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민범
넌 그 천재 머리로 뭐할 거냐? 
석고
... 증명.
민범
증명? 뭘 증명해?
석고
골드바흐의 추측이라고 들어봤어?
민범
 들어봤을 리가 있나? 그래서? 계속해봐.
석고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다.
참인가, 거짓인가, 하는 문제.
300년 동안 아무도 못 풀었어.
모두가 참일 거라고 추측은 하는데,
증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민범
넌 뭐라고 생각하는데? 
석고
참.
민범
그럼 된 거 아냐? 꼭 증명이란 걸 해야 돼? 
석고
증명하지 않으면 진실을 알 수 없으니까.
난 진실이 알고 싶어. 
민범
흠.. 진실이라, 증명하고 싶으시다?
석고
근데, 아무도 못 푸는 문제를 만드는 거랑,
그 문제를 푸는 거, 둘 중에 뭐가 더 어려울까?
민범
건, 네가 증명해야지. 내가 알겠냐?

민범, 꽃잎을 주워 석고의 입을 벌리고는, 입 안 깊숙이 집어넣는다. 

민범
라일락은 사랑의 맛이다. 참. 증명해 봐봐. 
석고
?
민범
증명하려면 꼭꼭 씹어봐야지. 

석고, 호기심에 꼭꼭 씹기 시작한다. 
그 때 석고, 갑자기 인상을 확- 구기더니 수돗가로 달려간다. 
와하- 재밌어 죽겠다는 웃어 재끼는 민범.
민범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고등학교 시절,
천재 석고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참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하고,
둔재 민범은 라일락은 사랑의 맛이라는 걸 증명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십여년 후, 두 사람인 수학교사와 형사가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되죠.

 

 



석고의 옆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수사 중인 형사 민범은 잠복근무 중 석고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됩니다. 술도 한 잔 하면서요.


민범
진전은 있어?
석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
민범
뭐, 그게 쉽겠냐?
그러니까 몇 백 년 동안 아무도 못 풀었겠지?
석고
....머리가 무뎌져서 점점 더 힘들어.
하다하다 안되면 마지막엔 위에 가서 물어봐야지.
민범
뭐?
석고
신은 알고 있을 거 아냐.
그 놈의 골드바흐의 추측이 참인지 거짓인지,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증명법으로.

........................

민범
 연앤 안 하냐? 
석고
(쓴 웃음) 너는?
민범
 나? 결혼한 지 3년 됐다.
석고
그래...
민범
 이혼한지도 1년 됐고. 
석고
 (쳐다본다)
민범
 씨, 아직도 헷갈려.
마누라가 헤어지자면서...
나더러 진짜였던 적이 한 번도 없대.
사랑이 뭔지나 아냐, 그러대.
옘병, 도대체 사랑은 뭐고, 진짜는 뭔데? 
석고
원래 쓰다며?
민범
어?
석고
니가 가르쳐줬잖아.
사랑의 맛. 쓴 거라고.
민범
라일락? 언제적 얘길 하냐..
나도 너처럼 살았음 좋겠다.
세상사 부대낄 일 없이, 오로지 수학만 파면서.
너야말로 진짜다, 진짜!
석고
 ...


민범은 결혼에 이혼까지 겪으며 사랑의 단맛 쓴맛을 다 보았지만, 석구는 연애도 않고 오직 수학만 파면서 세상과 고립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녀석이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석고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 민범으로서는 그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쉽게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석고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석고가 했던 질문을 석구에게 되돌려주죠.


민범
갑자기 너한테 묻고 싶어진다.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거랑,
그걸 푸는 거, 둘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석고
(피식 웃는다) 

 



글쎄요,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요?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낸 석고!
그 문제를 반드시 풀고 싶은 민범!
사랑을 지키고 싶은 자와 진실을 밝히려는 자!


 

 


두 남자의 심리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갑니다.
하지만 결국 형사이기 이전에 석고의 동창 친구인 민범은 석고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석고가 낸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거의 풀어냅니다. 

민범
그때 알았지. 김석고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너 같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위기에 처했을 땐, 어떻게 할까? 
석고
....
민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겠지.
어떤 허점도 결점도 없는, 완벽한. 


문제의 풀이는 제대로 해냈지만 민범은 석고가 도대체 왜 그런 문제를 만들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잘난 머리로 그런 어려운 문제를 만들어낸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 문제를 만들어 냈는지, 아니 그 이유까지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말입니다....


민범
석고야, 자식아..!
너 이렇게 하는 거 제정신 아냐.
사랑이냐 이게? 이게 진짜야?
니 좋은 머릴! 니 재능을!! 고작 이렇게 써야겠어?! 

석고
이건 내 머리가 아니야.
 내, 가슴이지...

 

 

 


 

석고의 마지막 대사는 참 의미심장하면서도 가슴이 찡해집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의 문제를, 어떻게 머리로 풀어낼 수 있겠습니까?
사랑의 문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풀어야만 합니다. 
사랑은 가슴으로 풀어야만 비로소 '진짜'가 됩니다. 

물론 석고가 풀어낸 답이 정답이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선택이 오답이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
가슴으로 푸는 사랑의 방정식엔 애초부터 정답도 오답도 없으니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수능 문제의 오류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고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한 문제의 맞고 틀림으로
당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이 어려운 문제를
머리로 풀겠습니까,
가슴으로 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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