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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변치 않을 마음을 전하는 편지 - <내 머리속의 지우개> 손예진이 정우성에게 쓴 편지는?

by 파크라이터 201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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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SK텔레콤에서 하는 광고가 인상적입니다. 
변치 않는 마음을 전하는 100년 후의 편지.
그 중 '고백 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여친의 휴대폰으로 영상메세지가 옵니다. 
한달 전에 보낸 남친의 영상편지 입니다. 
"영경아. 나 지금 니네 집 앞이다. 
한달 뒤면 만난지 일년 째다. 
그날 너한테 청혼할 거야. 
결혼해주라.
꼭."
영상을 본 여자친구의 얼굴에는 감동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100년의 편지 시리즈에는 이 밖에도 임산부, 신입사원, 군대, 할아버지 편등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소중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에는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을 담게 되지요.
그러기에 영화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가 종종 등장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슴 아픈 사랑의 편지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4)

A Moment to Remember 
9
감독
이재한
출연
정우성, 손예진, 백종학, 이선진, 박상규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04-11-05

 

 

 
가난한 건축사 철수와 부유한 건설사 집안의 딸 수진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에 빠집니다.
평생 사랑이나 가족은 자신과는 관계없다며 외골수처럼 살아온 철수는 결혼은 부담스럽다고 발을 빼지만 수진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수에 대한 사랑을 포기 않는 수진 때문에 결국 철수도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하고 달콤했던 신혼생활은 잠시 뿐. 수진의 머릿 속에 들어있는 지우개가 서서히 수진의 기억을 지워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토록 사랑하던 남자이고 세상에 하나뿐인 남편 철수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출근 차림으로 문을 여는 철수에게...

수진
용준씨!
철수
으, 응?
수진
사랑해!
철수
 그래...

철수가 문을 나서며 힘겹게 말한다.

철수
(울컥) 일찍... (울컥) 올께.

문이 닫힌다. 

고요한 집안에 혼자 남은 수진, 주위를 둘러본다. 
냉장고 문에 사진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 앞에 서는 수진. 
사진을 유심히 본다.
철수와 수진의 어느 행복한 순간을 찍은 사진이다. 
위에는 둘의 이름이 쓰여져 있다. 
'철수' 그리고 '수진' 
한참 사진을 바라보는 수진...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후 수진은 철수의 작업창고에 들어갔다가 철수의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옵니다)

수진, 흐느끼며 냉장고에 붙어있는 사진을 허겁지겁 떼어낸다.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도 몇 장 떼어낸다. 
앨범에서도 사진을 허겁지겁 뺀다... 
수진,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서둘러 식탁에 앉아 편지지에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펜을 쥔 그녀의 손, 아주 급하게 움직인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 철수를 기억하지 못하고, 철수를 옛 애인의 이름으로 불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수진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 미안함에 수진은 급하게, 그러나 온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써내려갑니다. 
그리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철수를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철수는 식탁 위에 놓인 편지 한 장을 발견합니다.

 

철수씨, 갑자기 기억이 떠올라 편지를 써요.
지금 이 기억도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생각나는대로 써요.
글씨가 엉망이죠? 이해해주세요. 저는 당신만을 사랑해요.
우선 이것부터 씁니다. 당신, 최철수만을 사랑해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갑자기 어젯밤 일들이 떠올랐어요. 뭘 기억하기가 무서워요.
기억이 남아있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아, 마음이 급해요. 저, 김수진은 당신, 최철수를 사랑합니다.
이것만은 잊고 싶지 않은데.
잊으면 안되는데... 

인생은 참 신비로워요.
건망증 때문에 당신을 만났고 바로 그 건망증 때문에 당신을 떠났어요.
당신을 만난 건 내 일생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나한테 스며들었어요.
나는 당신처럼 웃고, 당신처럼 울고, 당신 냄새를 풍겨요.
당신 손길은 그대로 내 육체에 새겨져 있어요. 

당신을 잊을 수는 있겠지만 내 몸에서 당신을 몰아낼 수는 없어요.
한 번도 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알아요.
철수씨도 나를 사랑한다는 걸...
그러니 내가 이렇게 마지막 순간을 내 멋대로 하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사랑을 붙잡기 위한 수진의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은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온 몸에 새겨지는 것이겠지요. 나뭇잎이 가을이 되어 그 생명을 다하고 다음 봄을 기약할 때 가장 아름답게 물들듯이 수진의 사랑 또한 기억이 사라져가는 순간에서야 가장 충만하게 피어났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을 사랑하는 철수에게 전하고자 편지를 쓴 것입니다. 

예쁘게 물든 단풍들과 거리에 뒹구는 낙엽들을 보면 언젠가 사라져갈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짧게라도 편지를 보내라는 뻔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지만, 수진이 그러했던 것처럼 지금 사랑하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나의 온 몸에 새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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